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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전략과 모멘텀 전략이 충돌할 때 나타나는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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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전략과 모멘텀 전략이 충돌할 때 나타나는 왜곡

가장 좋은 실적을 내던 주도주들이 별다른 악재 없이 하루아침에 가장 크게 빠지는 날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급락의 배경을 뜯어보면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전략과 상승 흐름을 좇아 올라타는 모멘텀 전략이 같은 자금줄 위에서 함께 쌓여 있다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만들어낸 왜곡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전략이 어떻게 얽혀 있고, 왜 충돌할 때 이렇게 큰 왜곡을 만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캐리 전략과 모멘텀 전략은 각각 무엇인가

캐리 전략은 금리가 낮은 통화나 자산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나 기대수익률이 더 높은 자산에 투자해 그 차익을 얻는 전략입니다. 대표적으로 엔화를 낮은 금리로 빌려 미국 주식이나 채권 같은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가 있습니다. 모멘텀 전략은 최근 상승세가 강한 자산이 앞으로도 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 아래, 이미 오르고 있는 자산을 추가로 매수하는 전략입니다. 두 전략은 이론적으로 서로 다른 논리에서 출발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이 그대로 상승세가 강한 자산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하나의 거대한 자금 흐름으로 합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전략이 같은 자금줄 위에 쌓이는 이유

이 결합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유는 캐리 전략으로 조달한 자금이 갈 곳을 찾을 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곳이 바로 최근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모멘텀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금리 통화로 조달한 자금이 미국 대형 기술주나 인공지능 관련주처럼 상승 모멘텀이 뚜렷한 자산에 집중적으로 유입되는 흐름을 여러 국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과 모멘텀 롱 포지션이 사실상 같은 투자자군, 같은 레버리지 구조 위에 겹겹이 쌓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평소에는 이 구조가 문제없이 작동하지만, 조달 통화의 금리가 오르거나 환율이 급변하는 순간 두 전략이 동시에 청산 압력을 받는 취약한 구조로 바뀝니다.

왜곡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 모멘텀 크래시로 이어지는 청산 루프

이 충돌이 왜곡을 만드는 과정은 몇 단계로 이어집니다. 먼저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 통화가 갑자기 강세로 돌아서면, 차입한 자금을 갚기 위해 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던 해외 자산을 서둘러 처분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팔리는 자산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가장 많이 올랐던 모멘텀 자산입니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대량으로 팔기 쉬운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변동성이 커지면 변동성 목표치를 맞추는 시스템 트레이딩 전략들이 자동으로 레버리지를 줄이면서 매도 물량을 추가로 쏟아내고, 마진콜을 받은 레버리지 펀드들이 가장 나쁜 시점에 강제 청산에 나서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서로 다른 전략을 쓰던 투자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매도에 나서면서, 개별 자산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가장 인기 있던 종목이 가장 크게 빠지는 왜곡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로 본 충돌, 2024년 8월 엔캐리 청산

이 충돌이 실제로 시장을 얼마나 크게 흔들 수 있는지는 2024년 8월 5일에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일본은행이 그해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 예상을 깨고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전격 인상하면서 엔화가 빠르게 강세로 돌아섰고,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에 나섰습니다. 그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8.77% 폭락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11.30%, 일본 니케이지수는 12% 넘게 빠졌으며,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는 장중 60을 넘어섰습니다. 실제로 이 폭락의 진원지를 살펴보면, 7월 초부터 헤지펀드들의 강제 매도와 그동안 시장을 이끌던 주도 기술주에 대한 차익실현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고, 이 주도주들은 고점 대비 40%에 가까운 급락을 기록했습니다.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는 하나의 방아쇠가 모멘텀에 몰려 있던 자금까지 함께 끌어내리며 시장 전체를 뒤흔든 셈입니다.

이 왜곡이 특별히 위험한 이유

이런 충돌이 일반적인 조정과 다른 점은, 하락의 원인이 해당 자산의 실적이나 성장성에 대한 재평가가 아니라 순전히 자금 조달 구조의 청산에서 비롯된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국면에서는 펀더멘털이 가장 견고한 종목조차 유동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팔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또한 모멘텀 전략 특유의 특성상 최악의 손실은 하락이 시작되는 초입보다, 시장이 저점을 찍고 다시 반등을 모색하는 국면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방향을 다시 잡기까지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됩니다.

투자자가 이 신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캐리 전략과 모멘텀 전략의 충돌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신호는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금리 통화를 조달 통화로 삼은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커지고 있는지, 그리고 특정 소수 종목이나 테마로 자금이 과도하게 쏠려 있는지를 함께 점검하는 것입니다. 이런 쏠림이 동시에 관찰되는 시기라면, 조달 통화의 금리 정책 변화나 환율 변동 같은 외부 충격 하나가 캐리와 모멘텀 두 전략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포지션 규모와 레버리지 수준을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acam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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