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상관이 강한 구간에서 추세추종 전략이 유리한 이유
자기상관이 강한 구간에서 추세추종 전략이 유리한 이유
추세추종 전략은 어떤 해에는 화려한 수익률을 내다가도, 바로 다음 해에는 손실을 반납하는 극단적인 성과 편차를 보이곤 합니다. 실제로 이 전략의 연도별 수익률을 시장의 통계적 특성과 나란히 비교해보면, 성과가 좋았던 해와 나빴던 해를 가르는 것이 단순한 운이 아니라 그 시기 가격 움직임의 자기상관 정도라는 구체적인 통계적 조건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기상관이 강한 구간에서 추세추종 전략이 왜 유리해지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자기상관이란 무엇이고 추세추종과 어떤 관계인가
자기상관은 어떤 시계열 데이터에서 과거의 값이 미래의 값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통계량입니다. 가격의 움직임으로 바꿔 말하면, 오늘 가격이 오른 자산이 내일도 오를 가능성이 우연보다 높은지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를 정량화하는 도구로 흔히 쓰이는 허스트(Hurst)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지수가 0.5일 때는 가격이 순수한 무작위 행보에 가깝고, 0.5보다 크면 추세가 지속되는 성질을, 0.5보다 작으면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성질을 갖는다고 해석됩니다. 실제로 독일 DAX 지수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일간 수익률의 허스트 지수가 0.54로 백색잡음에 가까웠던 반면, 50일 수익률의 허스트 지수는 0.82까지 높아져 시간을 길게 볼수록 추세적 성질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세추종 전략은 바로 이 자기상관, 즉 “오르던 것은 계속 오르고 내리던 것은 계속 내린다”는 통계적 성질에 베팅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자기상관이 강한 구간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해집니다.
자기상관이 약한 구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반대로 자기상관이 약하거나 오히려 음의 값을 보이는 구간, 즉 가격이 추세 없이 방향을 자주 뒤바꾸는 국면에서는 추세추종 전략이 정반대로 불리해집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전략이 상승 추세로 판단해 매수한 직후 가격이 반전해 하락하고, 다시 매도로 전환한 직후 반등하는 이른바 ‘휩소(whipsaw)’가 반복되면서 매매 때마다 소폭의 손실이 누적됩니다. 실제로 2025년 4월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구조가 뚜렷하게 확인되는데, 이 시기는 톱트레이더스언플러그드(TTU) 추세추종지수가 한 달 만에 -6.20%, SG 추세지수가 -4.89% 하락하며 “2025년 들어 가장 혹독한 한 달”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손실의 원인으로는 모멘텀 부재와 가격 반전, 자산군 간 상관관계 붕괴, 조기 신호의 함정화가 동시에 겹친 것이 꼽혔는데, 이는 자기상관이 사라진 구간에서 추세추종 전략이 겪는 전형적인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실제 사례로 본 유리한 국면, 2022년 채권·금리 추세
반대로 자기상관이 강했던 구간에서 추세추종 전략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2022년 사례에서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실제로 이 해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SG 추세지수는 27.3%라는 성과를 냈고 SG CTA지수 전체도 20.1%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성과의 배경에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한 방향으로 꾸준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뚜렷한 추세가 장기간 이어졌고, 동시에 달러화 강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 추세도 함께 지속됐다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즉 통화정책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힘이 여러 자산군에서 동시에 강한 자기상관을 만들어냈고, 추세추종 전략은 이 자기상관을 그대로 수익으로 전환한 셈입니다.
학술적으로 확인된 관계, 시계열 모멘텀 연구의 수치
이 관계는 단순한 사례 관찰을 넘어 학술 연구에서도 뒷받침됩니다. 모스코위츠·오이·페더슨(Moskowitz, Ooi, Pedersen)의 시계열 모멘텀 연구는 1965년부터 2009년까지 여러 자산군에 걸쳐 각 자산의 과거 12개월 초과수익률이 향후 수익률을 긍정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 전략을 적용한 포트폴리오는 연간 약 20.7%의 알파와 1.31의 샤프비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과거 수익률과 미래 수익률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자기상관이 존재하는 구간에서는, 이 관계를 그대로 따라가는 단순한 전략만으로도 장기간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결과입니다. 실제로 이런 장기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추세추종 전략의 성과가 특정 해에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우연이 아니라, 자기상관이라는 시장의 통계적 특성이 존재하는 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기 성과로 본 자기상관 국면의 누적 효과
이런 국면별 편차에도 불구하고 추세추종 전략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이유는, 자기상관이 강한 소수의 구간에서 낸 큰 수익이 자기상관이 약한 다수의 구간에서 낸 작은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25년 4월까지의 장기 데이터를 살펴보면 TTU 추세추종지수의 연평균 수익률(CAGR)은 7.15%로 같은 기간 S&P500의 7.29%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최대낙폭은 18.81%로 S&P500의 50.95%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이는 추세추종 전략이 모든 구간에서 고르게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상관이 강해지는 특정 국면에 수익이 집중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완만한 손실 관리를 통해 장기 생존력을 확보하는 구조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투자자가 이 관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자기상관이 강한 구간에서 추세추종 전략이 유리하다는 사실은, 이 전략을 언제나 유효한 만능 전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시장의 통계적 국면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통화정책 전환기나 뚜렷한 거시적 방향성이 여러 자산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는 자기상관이 강해지며 추세추종 전략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방향성 없는 박스권이나 이벤트가 잦은 변동성 장세에서는 자기상관이 약해지며 휩소 손실이 누적되기 쉽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허스트 지수 같은 도구로 현재 시장의 자기상관 정도를 가늠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추세추종 전략의 비중이나 신호 민감도를 조정하는 것이 이 관계를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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