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트레이딩에서 스프레드가 벌어졌다 좁혀지는 조건
페어트레이딩에서 스프레드가 벌어졌다 좁혀지는 조건
페어트레이딩은 서로 비슷하게 움직여야 할 두 종목의 가격 차이가 벌어졌을 때 한쪽을 매수하고 다른 한쪽을 매도해, 그 차이가 다시 좁혀지는 과정에서 수익을 노리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스프레드가 벌어진 종목 쌍들의 이후 흐름을 살펴보면, 예상대로 다시 좁혀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벌어진 채로 오랫동안 좁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경우를 가르는 조건이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페어트레이딩의 기본 원리, 공적분과 평균회귀
페어트레이딩이 성립하려면 두 종목의 가격이 서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같은 공통 요인에 의해 함께 움직이는 관계, 즉 ‘공적분’ 관계에 있어야 합니다. 이런 관계가 성립하면 두 종목의 가격 차이(스프레드)는 일시적으로 벌어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평균 수준으로 돌아오는 평균회귀 성질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두 종목 간 비중을 적절한 비율로 맞춰 스프레드를 계산해보면, 뚜렷한 추세 없이 특정 범위 안에서 오르내리는 안정적인 흐름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페어트레이딩 전략이 통계적으로 성립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조건, 공통 요인이 아닌 힘이 한쪽에만 작용할 때
평소 함께 움직이던 두 종목의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것은, 둘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가 깨져서라기보다 특정 시점에 한쪽에만 작용하는 수급 요인이 생겼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기업의 보통주와 우선주처럼 펀더멘털이 사실상 동일한 종목 쌍이라도, 지수를 추종하는 ETF 자금이 보통주에만 유입되거나 특정 종목만 대형 지수에 편입되는 것 같은 사건이 생기면, 실질 가치는 비슷한데도 수급 차이만으로 가격 차이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본 스프레드 확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선주
실제로 이런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사이의 괴리율입니다. 실제로 AI·반도체 랠리로 코스피가 강하게 상승하던 국면에서 지수 추종 ETF 자금이 보통주에 집중되면서, 두 종목 사이의 괴리율은 지난해 말 25.6%에서 35.7%까지 10%포인트 넘게 확대된 바 있습니다. 두 종목은 의결권 유무를 제외하면 배당이나 기업가치 측면에서 사실상 같은 기업에 대한 권리를 나타내는데도, ETF 자금이 어느 종목을 편입하느냐에 따라 이만큼 큰 가격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스프레드가 다시 좁혀지는 조건, 촉매가 필요하다
스프레드가 벌어진 상태로 오래 머물다가 다시 좁혀지려면, 대개 시장의 관심을 다시 저평가된 쪽으로 돌려놓는 촉매가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사례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선주가 배당수익률 측면에서 더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거나, 특별배당처럼 우선주 주주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이벤트가 나올 경우 괴리율이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이처럼 스프레드가 좁혀지려면 단순히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쪽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될 만한 구체적인 계기가 뒷받침돼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적분이 깨질 때, 스프레드가 영영 좁혀지지 않는 위험
페어트레이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은 애초에 두 종목을 묶어주던 공적분 관계 자체가 깨지는 경우입니다. 사업 구조가 크게 바뀌거나, 한쪽 종목에만 해당하는 규제·지배구조 이슈가 생기거나, 지수 편입 기준이 바뀌는 것처럼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하면 두 종목의 가격은 더 이상 같은 공통 요인을 따라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이 경우 스프레드는 평균으로 돌아오는 대신 한쪽 방향으로 계속 벌어지는 추세를 보일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페어트레이딩 포지션은 원래 의도했던 시장 중립적 성격을 잃고 방향성 베팅으로 변질되는 위험에 노출됩니다. 실제로 구조적 변화가 있었던 종목 쌍들의 과거 스프레드 흐름을 되짚어보면, 평균회귀를 기대하고 진입한 자리에서 스프레드가 오히려 꾸준히 확대되기만 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진입과 청산 시점을 판단하는 현실적인 방법
이런 위험을 고려하면, 스프레드가 단순히 넓다는 이유만으로 포지션에 진입하기보다는 과거 평균과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지금의 스프레드가 통계적으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스프레드가 벌어진 배경이 일시적인 수급 요인인지, 아니면 두 종목의 근본적인 관계를 바꿔놓을 만한 구조적 변화인지를 구분하는 작업이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데 스프레드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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