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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매매 물량이 몰리는 구간, 사람의 판단이 밀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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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매매 물량이 몰리는 구간, 사람의 판단이 밀리는 이유

특정 가격대를 지수가 통과하는 순간,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켠 것처럼 매수 혹은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장면을 볼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구간의 체결 내역을 초 단위로 뜯어보면, 사람이 판단해서 낼 수 없는 속도와 규모로 주문이 몰려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시장의 상당 부분을 알고리즘이 움직이고 있고, 이 물량이 몰리는 구간에서는 사람의 판단이 구조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알고리즘 매매가 이미 시장의 주류가 됐다는 사실

시장에서 사람이 직접 판단해서 주문을 내는 비중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관련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시장 거래량의 약 89%가 AI 기반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 시장만 놓고 봐도 최소 60~70% 이상이 알고리즘 거래로 처리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골드만삭스와 아이트그룹의 추산으로는 하루에 최소 3조 7000억 달러가 알고리즘 매매를 통해 거래됩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특정 가격대나 조건에서 여러 알고리즘이 동시에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을 때 그 물량이 순식간에 시장을 뒤덮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속도의 격차, 밀리초 단위 대 사람의 반응 속도

알고리즘이 사람의 판단을 압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속도입니다. 알고리즘은 밀리초 단위로 매수와 매도를 실행하며, 1초에 수백 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반면, 사람은 화면에 뜬 가격을 보고 판단해서 주문 버튼을 누르기까지도 최소 1~2초가 걸립니다. 이 격차는 평소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특정 가격대를 돌파하며 여러 알고리즘이 동시에 반응하는 구간에서는 사람이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하기도 전에 이미 물량 대부분이 소화돼 버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2010년 플래시크래시로 본 연쇄반응의 위력

이런 속도 격차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2010년 5월의 ‘플래시크래시’입니다. 한 트레이더가 E-미니 S&P500 선물에 실제로 체결할 의도 없는 대량 매도 주문을 낸 것을 다른 알고리즘들이 진짜 매도 신호로 인식하면서, 다우존스 지수가 단 5분 만에 약 1000포인트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사람이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 동안, 알고리즘들이 서로의 매도 신호에 연쇄적으로 반응하며 낙폭을 스스로 키운 셈입니다. 이 사건 이후로도 특정 가격 수준이 무너지면 유사한 알고리즘들이 동시에 매도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프로그램매매, 차익거래가 만드는 쏠림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한 원리가 작동합니다. 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차익거래 프로그램은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면 사전에 설계된 대로 대규모 매수나 매도 주문을 자동으로 실행합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서로 다른 운용사가 각각 개발했더라도 비슷한 조건에서 유사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아, 특정 가격대나 베이시스 조건이 충족되면 여러 프로그램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물량을 쏟아내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수가 특정 레벨을 통과한 직후 거래대금이 순간적으로 급증하는 구간을 살펴보면, 그 배경에 이런 프로그램매매의 동시 실행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판단이 밀리는 진짜 이유, 감정 없는 기계적 반복

속도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알고리즘은 공포나 탐욕 같은 감정 없이 정해진 조건을 기계적으로 실행하기 때문에, 사람이라면 망설이며 속도를 늦출 만한 순간에도 주저 없이 물량을 쏟아냅니다. 반대로 사람은 급격한 가격 변화 앞에서 판단이 흔들리거나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 머뭇거림이 알고리즘의 속도와 결합하면 사람의 판단이 시장에 반영될 틈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개인 투자자가 이런 구간에서 취할 수 있는 현실적 태도

알고리즘 물량이 몰리는 구간에서 그 속도를 사람이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신 이런 구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가격대(주요 지지·저항선, 프로그램매매가 촉발되는 베이시스 수준)를 미리 파악해두고, 그 구간에서는 즉흥적인 판단보다 사전에 정해둔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시장가 주문 대신 지정가 주문을 활용해 급격한 슬리피지를 피하고, 변동성이 커지는 시간대에는 무리하게 진입하기보다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지켜보는 것도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구간에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acam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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