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 익스포저가 양전환되는 구간, 변동성이 줄어드는 이유
감마 익스포저가 양전환되는 구간, 변동성이 줄어드는 이유
지수가 급락 이후 반등하다가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신기하게도 그 이전보다 등락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며 좁은 박스권에 갇히는 흐름이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구간의 옵션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면, 마켓메이커들의 전체 감마 익스포저(GEX)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넘어가는 시점과 이 변동성 축소 구간이 상당히 겹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감마 양전환’ 지점이 왜 변동성의 분기점처럼 작동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감마 익스포저의 부호가 바뀐다는 것의 의미
마켓메이커들이 보유한 전체 옵션 포지션을 감마 기준으로 합산하면 하나의 값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를 감마 익스포저(GEX)라고 부릅니다. 이 값이 음수라는 것은 마켓메이커들이 전체적으로 매도 우위(숏감마) 상태에 있다는 뜻이고, 양수라는 것은 매수 우위(롱감마) 상태에 있다는 뜻입니다. 지수가 오르내리면서 이 값이 음수에서 양수로, 혹은 그 반대로 넘어가는 특정 가격대가 존재하는데, 이를 ‘제로감마 레벨’ 혹은 ‘감마 플립 포인트’라고 부릅니다. 지수가 이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마켓메이커들의 헤지 행동 방향 자체가 뒤바뀝니다.
양전환 이후 헤지가 변동성을 억누르는 이유
감마 익스포저가 음수에서 양수로 넘어가면, 마켓메이커들의 헤지 매매는 추세를 따라가던 방식에서 추세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됩니다. 롱감마 상태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헤지를 위해 매도하고, 가격이 내리면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 매매 자체가 가격 변동을 계속 눌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S&P500 옵션 데이터를 분석한 국내 퀀트 분석 자료를 보면, 감마가 양수인 구간의 일별 수익률 분포는 0을 중심으로 매우 좁게 몰려 있는 반면, 감마가 음수인 구간의 수익률 분포는 훨씬 넓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감마의 부호가 실제로 시장 변동성의 크기와 뚜렷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적인 근거입니다.
제로감마 레벨이 지지선·저항선처럼 작동하는 이유
감마가 양전환되는 지점은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라, 시장에서 실제로 지지선이나 저항선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수가 이 레벨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앞서 설명한 역추세 헤지 매매가 계속 작동하며 가격을 그 근처로 붙잡아두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레벨 근처에서 지수가 오르내리는 흐름을 살펴보면, 레벨을 살짝 이탈했다가도 다시 그 부근으로 돌아오는 움직임이 반복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헤지 물량이 일종의 자석처럼 가격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한 구간은 아니다
다만 감마가 양전환됐다고 해서 변동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롱감마 상태에서도 예상치 못한 대형 뉴스나 거시경제 충격이 나오면, 헤지 물량만으로는 그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제로감마 레벨 아래로 빠르게 이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레벨을 다시 하향 이탈하면 헤지 구조 자체가 추세 증폭형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변동성이 오히려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유의해야 합니다. 즉 감마 양전환은 변동성이 잦아들 가능성이 높은 구간이라는 확률적인 힌트일 뿐, 어떤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참고할 수 있는가
감마 익스포저의 부호와 제로감마 레벨은 마켓메이커의 내부 포지션에서 산출되는 값이라 정확한 실시간 수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시장이 좁은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한 방향으로 쏠리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이 양전환 구간에 가까운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이해하고 있으면, 변동성이 유독 잦아든 시기와 반대로 갑자기 커지는 시기가 왜 반복되는지를 조금 더 구조적으로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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