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터 투자에서 밸류와 모멘텀이 동시에 어긋나는 구간
팩터 투자에서 밸류와 모멘텀이 동시에 어긋나는 구간
팩터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밸류와 모멘텀을 함께 활용하는 이유는, 두 팩터가 평소 서로 다른 국면에서 힘을 발휘하며 자연스럽게 위험을 분산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팩터별 수익률을 오랜 기간 놓고 살펴보면, 이 둘이 서로를 보완하기는커녕 동시에 무너지거나 동시에 소외되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간은 팩터 투자의 기본 전제 자체가 흔들리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밸류와 모멘텀은 원래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팩터다
밸류 팩터는 이익이나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이고, 모멘텀 팩터는 최근 주가 흐름이 좋았던 종목이 당분간 그 추세를 이어간다는 가정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저평가된 종목은 대체로 최근 주가가 부진했던 경우가 많고, 최근 주가가 좋았던 종목은 대체로 이미 어느 정도 밸류에이션 부담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 팩터는 구조적으로 서로 반대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두 팩터의 장기 수익률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한쪽이 부진한 시기에 다른 한쪽이 선전하며 서로의 약점을 메워주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 상호보완적 관계가 팩터를 섞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핵심 근거입니다.
그런데 왜 두 팩터가 동시에 무너지는 구간이 생기는가
문제는 많은 투자자와 퀀트 펀드가 비슷한 방식으로 밸류와 모멘텀 팩터를 활용하면서, 서로 다른 전략처럼 보이는 포트폴리오들이 실제로는 유사한 종목을 유사한 비중으로 담고 있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특정 팩터에 자금이 몰리는 ‘크라우딩’이 심해진 상태에서 시장에 충격이 오면, 레버리지를 활용하던 펀드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동시에 포지션을 청산하게 되고, 이 청산 압력이 평소 반대로 움직이던 밸류와 모멘텀 포트폴리오를 한꺼번에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07년 8월 퀀트 붕괴,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
이런 현상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가 2007년 8월의 ‘퀀트 붕괴’입니다. 그해 7월부터 밸류 팩터(장부가 대비 시가, 이익 대비 주가 등)는 꾸준히 부진했던 반면 모멘텀 팩터는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8월 6일부터 며칠 사이, 유사한 팩터 전략을 쓰던 대형 퀀트 펀드들의 포지션이 동시에 청산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조성자들의 위험자본까지 급격히 빠져나갔고, 그 여파로 평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던 밸류와 모멘텀 포트폴리오가 함께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자료를 살펴보면 8월 8일 하루 동안 5분 단위 초단기 수익률이 평균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질 만큼 낙폭이 컸는데, 이는 개별 팩터의 논리가 잘못돼서가 아니라 청산 압력이라는 공통 요인이 모든 팩터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덮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성장주 장세에서 밸류와 모멘텀이 함께 소외되는 경우
두 팩터가 동시에 어긋나는 또 다른 유형은 소수의 대형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국면에서 나타납니다. 이런 시기에는 저평가된 가치주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동시에 과거 상승했던 종목들의 추세를 좇는 전통적인 모멘텀 전략도 성장주 쏠림을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특정 대형주 몇 개가 지수 상승을 독식하는 구간의 팩터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밸류와 모멘텀 모두 시장 평균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나란히 소외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청산 압력 때문이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는 힘 자체가 두 팩터가 잡아내는 특성과 겹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어긋남입니다.
이런 구간을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가
밸류와 모멘텀이 동시에 어긋나는 구간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점검으로 위험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보유한 팩터 전략이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자금과 겹쳐 있는지, 즉 크라우딩 정도를 가늠해보는 것이 첫걸음이며, 레버리지를 쓰는 전략이라면 특히 이런 동시 청산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밸류·모멘텀 외에 퀄리티나 저변동성처럼 서로 다른 논리로 움직이는 팩터를 함께 섞어두면, 두 팩터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간에서도 포트폴리오 전체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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