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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패리티 전략이 동시에 청산될 때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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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패리티 전략이 동시에 청산될 때 벌어지는 일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급락하는데, 그 낙폭이 개별 자산의 펀더멘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날의 자산별 매도 규모와 변동성 지표를 함께 살펴보면, 위험을 자산군별로 균등하게 배분해온 리스크패리티 전략들이 동시에 레버리지를 줄이며 만들어낸 매도 압력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스크패리티 전략이 동시에 청산될 때 왜 이런 큰 파급이 발생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리스크패리티 전략이란 무엇이고 왜 레버리지를 쓰는가

리스크패리티는 자산의 금액 비중이 아니라 각 자산이 포트폴리오 전체 위험에 기여하는 정도를 동일하게 맞추는 자산배분 방식입니다. 주식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적은 금액만 배분하고, 채권은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배분하는 식입니다. 문제는 채권만으로는 목표로 하는 수익률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리스크패리티 전략이 채권 비중에 레버리지를 일으켜 전체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점입니다. 이 구조는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시기에는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만, 변동성 자체가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변동성 목표 전략의 순환적 구조, 왜 자동으로 청산이 일어나는가

리스크패리티를 비롯한 변동성 목표(volatility targeting) 전략들은 사전에 정해둔 목표 변동성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낮으면 이 목표를 맞추기 위해 레버리지를 더 일으켜 자산을 추가로 매입하고, 반대로 변동성이 급등하면 목표를 벗어나지 않도록 포지션을 자동으로 축소해야 합니다. 이 구조는 순환적(procyclical)이라는 특징을 갖는데,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매수를 늘리고 시장이 흔들릴 때는 매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매도 압력을 더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전략들이 대부분 비슷한 원리로 설계돼 있어서, 변동성이 급등하는 순간 서로 다른 운용사의 전략들이 거의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청산에 나서게 된다는 점입니다.

실제 사례로 본 동시 청산, 2020년 3월 코로나 급락

이 메커니즘이 실제로 얼마나 큰 매도 압력을 만들 수 있는지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분석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ECB가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급락기를 대상으로 리스크패리티 모델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연 8%의 목표 변동성을 유지하려면 포트폴리오 자본의 거의 225%에 해당하는 자산을 매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의 시장 데이터를 살펴보면, 주식과 국채, 투자등급 회사채, 고수익 회사채 등 거의 모든 자산군에서 변동성이 동시에 급등했고 자산 간 상관관계도 역사적 고점까지 치솟았는데, 평소라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분산 효과를 제공했어야 할 자산들이 한꺼번에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면서 청산해야 할 물량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것입니다.

실제 사례로 본 반대 방향의 충격, 2022년 리스크패리티의 부진

리스크패리티 전략의 취약성은 시장이 급락하는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2022년에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대표적인 리스크패리티 상장지수펀드(ETF)인 RPAR이 연초 대비 28% 넘게 손실을 봤고 2021년 11월 고점 대비로는 32%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 나스닥 지수의 연간 수익률이 -30.36%, 장기 미국국채 ETF의 수익률이 -30.94%로 거의 비슷한 수준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리스크패리티가 전제로 하는 주식과 채권의 반대 방향 움직임 자체가 무너지면서 분산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금리 인상이라는 하나의 요인이 주식과 채권 모두에 동시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위험을 분산했다고 여겨졌던 전략이 오히려 두 자산군에서 동시에 손실을 보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동시 청산이 시장 전체로 번지는 이유

두 사례를 함께 놓고 보면, 리스크패리티 전략의 위험은 개별 자산의 하락 자체보다 여러 운용사의 전략이 거의 같은 논리로 설계돼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급등하는 순간 전 세계의 리스크패리티 및 변동성 목표 전략들이 거의 동시에 레버리지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그 청산 물량이 시장의 유동성을 빠르게 소진시키며 가격 하락을 더 크게 증폭시킵니다. 실제로 이런 국면에서는 애초에 리스크패리티 전략을 쓰지 않는 다른 투자자들의 자산 가격까지 함께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청산 압력이 특정 전략을 넘어 시장 전체의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가 이 신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리스크패리티 전략의 동시 청산은 개별 기업의 실적이나 거시경제 펀더멘털의 근본적인 악화가 아니라, 변동성 급등에 따른 구조적 매도 압력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자산군의 변동성이 동시에 치솟고 평소 반대로 움직이던 자산 간 상관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신호가 나타난다면, 이는 리스크패리티를 비롯한 변동성 목표 전략들의 강제 청산이 진행 중이거나 임박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다만 이런 청산에 따른 하락은 자산의 본질가치 변화라기보다 일시적인 수급 충격에 가까운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자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비슷한 구조적 취약성(레버리지, 자산 간 낮은 상관관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함께 점검해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acam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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